왜 미국 정부는 Fable 5를 막았다가 3주 만에 풀었나 — 타임라인과 네 가지 시각으로 본 진짜 이유
2026년 6월 9일 공개된 지 사흘 만인 6월 12일, 미국 정부는 안소로픽(Anthropic)의 최신 모델 Claude Fable 5와 Mythos 5에 대해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중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침을 내렸다. 안소로픽은 실시간으로 외국인 이용자만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전체 이용자에 대해 두 모델을 차단했다. 그리고 정확히 18일 뒤인 6월 30일, 상무부는 이 통제를 철회했고 Fable 5는 7월 1일부터 전 세계에서 다시 이용 가능해졌다. 이 짧고 강렬한 사건 하나에, 지금 미국이 AI를 다루는 방식의 모순들이 거의 다 압축돼 있다.
1. 타임라인 — 사흘 만에 벌어진 일
| 날짜 | 사건 |
|---|---|
| 6월 9일 | Claude Fable 5, Mythos 5 공개 출시 |
| 6월 11일(목) | 아마존 CEO 앤디 재시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아마존 연구진이 Fable 5로 사이버공격에 쓰일 수 있는 정보를 얻었다”고 우려 전달 |
| 6월 12일 | 상무부, 안소로픽에 90분 시한을 준 뒤 수출통제 지침 발동. 안소로픽은 오후 5시 21분(동부시간) 지침을 접수하고 즉시 전체 이용자에 대해 두 모델을 비활성화 |
| 6월 12~29일 | 안소로픽과 정부 간 협상, 업계·전문가·의회 주변의 격렬한 찬반 논쟁 |
| 6월 30일 | 상무부, 수출통제 철회 발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안소로픽 공동창업자 톰 브라운에게 서한 전달 |
| 7월 1일 | Fable 5 전 세계 서비스 재개 |
2. 정부의 논리 — “탈옥 가능성”과 익명 관료의 “무모함” 발언
정부가 밝힌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다. 안소로픽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정부 지침 서한에는 구체적인 국가안보 우려 내용이 담기지 않았고, 안소로픽 측이 이해한 바로는 “Fable 5를 우회(탈옥)하는 방법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었다. 실제로 확인된 우회 방식은 모델에게 “특정 코드베이스를 읽고 소프트웨어 결함을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였고, 이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 몇 개를 찾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폭스비즈니스가 인용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는 익명으로 “안소로픽의 무모함(recklessness)이 이번 수출통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고, 안소로픽과의 소통 과정에서 신뢰가 무너졌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관료들은 아마존의 AI 전문가들이 6월 9일 출시 직후 Fable 5에서 “탈옥”을 실행해, 안소로픽이 제한했다고 주장한 사이버 능력 전체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3. 안소로픽의 반박 — “우리가 직접 레드팀한 결과는 다르다”
안소로픽은 공식 성명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출시 전 몇 주간 미국 정부, 영국 AI안전연구소(AISI), 여러 민간 제3기관과 함께 수천 시간에 걸쳐 Fable의 안전장치를 레드팀 테스트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어떤 테스터도 광범위한 사이버 능력을 열어주는 ‘보편적 탈옥(universal jailbreak)’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것은 “좁고 비보편적인(narrow, non-universal)” 우회 사례였으며, 이를 통해 드러난 능력은 이미 OpenAI의 GPT-5.5를 포함한 다른 공개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좁은 범위의 잠재적 탈옥 하나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이미 수억 명에게 배포된 상용 모델을 회수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 기준을 업계 전체에 적용한다면, 모든 최전선 모델 제공업체의 신규 모델 배포가 전부 멈출 것이라고 본다.”
안소로픽은 자신들이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정책 입장 — 정부가 안전하지 않은 배포를 막을 권한을 가져야 하지만, 그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명확하고 기술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 을 인용하며, “이번 조치는 그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4. 뜻밖의 트리거 — 투자자가 신고자였다는 아이러니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누가 정부에 경보를 울렸는가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CEO 앤디 재시가 직접 백악관과 재무부에 우려를 전달하며 사태가 촉발됐다. 그런데 아마존은 안소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대가로 안소로픽으로부터 1,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지출 약정을 받은 최대 투자자이자 파트너이기도 하다. 포춘은 이를 두고 “안소로픽의 인프라에 자금을 대는 회사가, 동시에 그 모델이 위험하다고 정부에 알린 회사”라는 어색한 구도로 묘사했다.
5. 비판론 — “미국의 자책골”이라는 시각
수출통제가 발표되자 사이버보안·AI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 알렉스 스타모스는 이번 조치를 “미국의 커다란 자책골”이라 부르며, 보안 기업들이 결국 중국산 모델로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잠시 AI 정책을 담당했던 딘 볼은 이 조치가 “안소로픽을 겨냥한 법적 압박인지, 극단적인 국가안보 매파주의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평했고, 미국이 중국에는 AI 반도체를 계속 수출하면서 자국 AI 모델의 (외국인) 접근은 막는 모순을 지적했다.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는 “중국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행정부의 공식 입장인데도, 이번 조치가 오히려 중국 출신 AI 연구자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 AI 기업이 안전한 투자처인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보안 리더 100명 이상은 이 통제에 반대하는 공동서한에 서명했으며, 이 규제가 2013~2017년 협상된 바세나르 협정의 사이버보안 예외 조항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들이 빠르게 부상하며 미국 최상위 모델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었다는 점도 비판의 배경이 됐다.
6. 또 다른 시각 — “법이 없어서 벌어진 일”
포춘의 분석 기사는 이 사태를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제목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안소로픽 모델 금지는 다른 이름의 허가제”다. 미국에는 최첨단 AI 모델을 규율하는 포괄적인 연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문제를 발견했을 때 쓸 수 있는 유일한 강력한 도구가 원래 반도체·무기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출통제” 권한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사건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음모라기보다, AI를 규율할 법적 틀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임기응변으로 기존 권한을 끌어다 쓴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이 조치가 옳았는가”보다 “왜 국가안보 담당자가 반도체 수출통제법으로 상용 챗봇을 규제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가”에 있다.
7. 봉합 — 무엇을 조건으로 풀렸나

3주 가까운 대치 끝에, 러트닉 상무장관은 안소로픽 공동창업자 톰 브라운에게 서한을 보내 수출통제를 철회한다고 알렸다. 조건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안소로픽은 모델과 관련된 보안 위험을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둘째, Mythos·Fable뿐 아니라 향후 출시되는 모델에 대해서도 정부와 함께 프로토콜·표준·출시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 여기에는 상무부와 새로 만들어진 AI 표준·혁신 센터(CASI) 등 정부 기관과의 협력이 포함된다. 셋째, 자사 모델에서 발견되는 “악의적 활동”을 정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러트닉의 서한에는 “상황이 바뀌거나 안소로픽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행정부는 규제를 다시 부과할 권리를 유보한다”는 경고도 담겼다.
마무리 — 이 사건이 남긴 것
이 사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최대 투자자가 위험을 경고했고, 정부는 반도체 수출통제법을 끌어다 상용 챗봇을 사흘 만에 전 세계에서 차단했고, 3주 뒤 “앞으로는 정부와 함께 표준을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풀렸다. 그 사이 전문가들은 이것이 과잉대응인지, 필요한 개입인지, 아니면 그저 법이 없어서 벌어진 임기응변인지를 두고 갈라졌다. 어느 해석이 맞든, 이 사건이 남긴 가장 분명한 결과물은 CASI를 통한 정부-기업 간 사전 협의 절차라는 새로운 선례다. 다음 최전선 모델이 출시될 때, 이 절차가 신속한 혁신과 안전 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이 글은 안소로픽의 공식 성명과 CNBC, 포춘, 폭스비즈니스, 로이터 계열 보도를 포함한 복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것이며, 특정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안이 진행 중인 만큼 세부 사실은 추후 정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