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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SNS에 쏟아낸 창업 실패담, 모아서 읽어보니 —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패턴

“저는 개발자입니다. 창업을 해봤고, 망했습니다.” 해커뉴스, 인디해커스, 브런치, 스레드를 조금만 뒤져보면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 끝없이 나온다.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회사를 나오고, 몇 달 혹은 몇 년을 쏟아붓고, 결국 접었다는 이야기들이다. 반대편에는 혼자서 앱 수십, 수백 개를 찍어내며 실제로 큰 돈을 번 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 글은 그 두 부류의 실제 게시물들을 최대한 모아, 제3자의 시선에서 무엇이 갈랐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SNS와 커뮤니티에 흩어진 개발자들의 창업 후기들을 상징하는 이미지
해커뉴스, 인디해커스, 브런치, 스레드 곳곳에 흩어진 개발자들의 창업 기록

1. 실패담 — “우리는 만들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패기가 있었다”

가장 상세한 실패 기록 중 하나는 브런치에 연재된 “대기업 개발자의 스타트업 생존기”다. 필자는 대기업에 다니던 개발자였고, 2015년 지인 개발자 4명(풀스택·모바일·임베디드 HW·시스템보안)을 모아 주말마다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다. 첫 아이템은 직장인 강의 플랫폼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이를 지극히 개발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서비스의 초기 수용자는 누구고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 등등 정말 수많은 고려 사항들을 제쳐놓았다. 개발 외에는 무지한 우리가 그런 계획의 필요성을 알 리가 없었다.”

아이템은 강의 플랫폼 → SNS 기반 지식공유 서비스 → 아두이노로 만든 미로 장난감으로 세 번 바뀌었고, 팀원들은 하나둘 떠났다. 11개월 후 그는 이 모든 활동이 “동호회 활동에 불과했다”고 결론 내리며 다섯 가지 원인을 정리했다: 리더의 부재, 사업 기획이 아닌 아이템 기획, 직장과의 병행이라는 함정, “전문가라고 믿었을 뿐 실제로는 아니었던” 팀 구성, 그리고 “결국은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기 진단이다.

비슷한 패턴이 같은 필자의 두 번째 시도에서도 반복된다. 개발자 이현우는 두 번째 1인창업 회고에서 목표관리 앱 “GoalPlan”을 React Native로 4개월간 개발했지만, 스스로 이렇게 진단한다.

“MVP 버젼을 생각치 않고 만들고 싶은 앱의 기능들은 전부 다 완성된 버젼을 출시 하려는 욕심이 여전히 존재했다… 고객이 내 서비스를 안 쓰고는 못 베길만 한 킬러콘텐츠는 또한 확실히 없었다. 한 카테고리에 집중해서 타겟층을 좁히고 유저를 모은 뒤에 차차 넓혀가는 방식을 쓰지도 않았다.”

결국 앱은 안드로이드만 출시했고, 취업을 하면서 방치되다 스토어에서 내려졌다.

2. 영어권 커뮤니티 — 숫자로 남은 실패의 기록

해커뉴스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글 중 하나는 전직 구글 초기 직원(프리IPO 시절 입사) 출신 개발자가 쓴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여섯 번의 실패한 창업에서 배운 것들”이다. 그는 자신이 다녔던 스타트업이 버진그룹에 1,000만 달러에 인수됐지만, 정작 본인은 그 성공에서 돈을 벌지 못했다고 밝힌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그건 분명 성공이었지만, 나의 성공은 아니었다.”

313개의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엔지니어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한 댓글 작성자(robomartin)는 2년간 주 7일, 하루 18시간씩 일하며 회사를 키워 3,000만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까지 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수자가 발을 빼고 고객사들이 도산하면서 결국 2010년 문을 닫았다고 썼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인생은 때때로 짓궂다.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고 생각할 때, 실은 남은 인생을 지탱해줄 튼튼한 척추를 기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창업은 어렵다. 아주 많이.”

같은 스레드에서 다른 댓글 작성자(jfengel)는 훨씬 냉소적인 결론을 낸다: “내 창업의 가장 큰 교훈은 ‘하지 마라’였다. 생존자 편향 때문에 우리는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된다.”

인디해커스에는 훨씬 구체적인 숫자가 남아 있다. 개발자 출신 José León은 “인디해커로 3만 8,676달러 이상을 잃은 뒤, 더는 못하겠습니다. 그만둡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2,000달러의 저축을 들고 퇴사한 그는 1년 만에 3만 8,676달러 이상을 잃었고, 모든 프로젝트를 합친 총 수익은 60달러였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기술이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으로 짚는다.

“뭔가를 홍보하려고 할 때마다 배가 아프다. 레딧에 글을 올리면 일주일 동안 불안하다. 페이스북 그룹에 내 앱을 소개하러 갈 때는 속이 메스껍다. 트위터나 링크드인으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이 글의 댓글 242개 중에는 더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다. 한 댓글 작성자(Biru93)는 고등학교 졸업 후 7년간 20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시도하다 완전히 파산했고, 회복까지 5년간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코딩 취업으로 방향을 바꿔 현재 연봉 12만 달러의 원격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며 이렇게 적었다.

“창업이나 사업을 다시 할 것이냐고요? 아니요. 절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또 다른 댓글 작성자(blockchaindanny)는 블록체인 창업에서 2년 넘게 수익 없이 버티다 빚을 지게 됐고, 그 스트레스의 대처 기제로 중독 문제까지 겪었다고 고백했다 — 창업 실패가 단순히 “돈을 잃는 일”을 넘어서는 정신적 비용을 동반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3. 그럼에도 성공한 사람들 — 반복과 속도로 이긴 개발자들

같은 “혼자서 앱을 만드는” 행위가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뉴스레터와 인터뷰 곳곳에 남아 있다.

빠른 속도로 앱을 반복해서 만들고 출시하는 1인 개발자를 상징하는 이미지
완성도보다 반복 횟수 — 성공담에서 반복되는 전략

뉴스레터 매체 “조쉬”의 인터뷰에 등장한 1인 개발자 케빈은 혼자서 3,000개 이상의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었다. 그의 전략은 정교함이 아니라 속도였다 — 이를테면 프로야구팀이 그날 승리하면 그 팀 관련 커뮤니티 앱을 곧바로 만들어 하루 만에 배포하는 식이었다. 매출은 2018년 15억 원, 2019년 30억 원이었고, 코로나로 앱 사용 시간이 폭증한 2020년에는 100억 원을 넘겼다.

비슷한 결이지만 훨씬 느린 곡선을 그린 사례가 1인 앱 개발자 김윤후다. 그의 첫 앱 “리브어트”는 다운로드 100회, 수익 0원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앱을 만들었고, 총 50개를 만든 뒤에야 세 번째 앱에서 첫 수익이 났다. 현재는 간헐적 단식 관리 앱 등 15개 앱을 운영하며 하루 40만 원 이상을 벌고 있다.

해외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된다. AI 도구 모음 사이트 BoredHumans를 운영하는 Nick Dobos는 하나의 도메인 아래 100개 이상의 AI 툴(생성기, 챗봇 등)을 쌓아 올렸고, 이를 통해 월 약 73만 3천 달러(연 매출 약 880만 달러) 규모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 단일 대작이 아니라 SEO 기반의 물량 승부였다. 반대로 니치 하나에 깊게 파고든 사례도 있다. 이메일 마케팅 도구 ConvertKit의 Nathan Barry는 5,000달러의 예산으로 시작해,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도구(Mailchimp 등)에 느끼던 불만을 정확히 짚어 제품을 만들었다. 랜딩페이지 빌더 Carrd의 창업자 AJ는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솔로 프로젝트를 Product Hunt에 올렸고, 입소문이 성장 엔진이 됐다.

4. 패턴을 뽑아보면 — 실패한 쪽과 성공한 쪽의 진짜 차이

수십 건의 기록을 나열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기술력”은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변수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실패한 이들도 앱을 완성했고, 서비스를 배포했고, 코드를 완벽하게 작동시켰다. 대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차이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실패담에서 반복되는 패턴 성공담에서 반복되는 패턴
제품에 대한 태도 완성도에 대한 욕심(“MVP 없이 완성판을 만들려는 욕심” — 이현우) — 시장에 내놓기 전에 너무 오래 다듬는다 속도와 물량(“가장 빨리 내놓자” — 케빈, 100개 이상 툴 — Nick Dobos, 50개 앱 중 3번째에서 첫 수익 — 김윤후)
유통·마케팅 홍보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홍보할 때마다 배가 아프다” — José León), 팀에 마케터가 있어도 활용 못함(대기업 개발자 생존기) 유통 채널 자체를 기술 문제로 취급(SEO 최적화 — BoredHumans, Product Hunt 런칭 — Carrd, 타깃 커뮤니티 이해 — ConvertKit)
의사결정 구조 “리더의 부재”, 수평적 조직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결정을 못 내림 혼자 결정하고 혼자 실행 — 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0에 가까움
실패에 대한 태도 하나의 아이디어에 장기간 매몰(José León 1년, blockchaindanny 2년+ 무수익) 안 되면 바로 다음 것으로(김윤후 47개 실패 후 48번째부터 수익, 케빈은 매일 새 앱)

특히 눈에 띄는 건 “병행”의 문제다. 대기업 개발자의 생존기에서 필자가 지적했듯, 회사를 다니며 창업을 병행한 이들은 “절실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이유로 무너졌다. 반면 완전히 몰입한 이들(José León, blockchaindanny)은 절실함은 있었지만 그만큼 손실도 컸고, 심리적 붕괴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극단은 위험했다는 뜻이다.

또 하나 반복되는 축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팔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착각되는 순간이다. 대기업 개발자 생존기의 필자는 이를 정확히 짚었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장인정신을 갖고 만들면 누군가는 그것을 사용해줄 것이라고 안일한 착각을 한 것 같다.”

성공한 쪽의 인터뷰에서는 이 착각이 훨씬 적게 등장한다. 오히려 유통·마케팅을 코드만큼 진지하게 다루거나(BoredHumans의 SEO, 케빈의 배포 속도), 실패를 감정적 사건이 아니라 그냥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는 데이터 포인트로 취급하는 태도가 반복된다.

5. 숫자로 보면 — 이건 예외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개별 사례들이 특이한 몇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마이크로 SaaS 분석에 따르면 창업을 시도한 개발자 중 약 30%는 월매출 1,000달러도 넘기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접고, 50%는 월 1,000~1만 달러 사이의 “생계형 사업” 규모에서 정체된다. 월 1만~10만 달러까지 스케일하는 경우는 15%, 월 10만 달러를 넘기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디해커스 댓글에서 인용된 Baremetrics 리서치에 따르면, 살아남은 프로젝트들도 월매출 1,000달러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약 1.5년이 걸린다 — “몇 달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계획 자체가 통계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반전은, 그럼에도 솔로 창업자가 연매출 100만 달러를 넘는 기업의 42%를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는 점이다. 즉 “혼자서 개발자가 창업한다”는 조건 자체가 실패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갈랐다는 뜻이다.

마무리 — 이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

수십 편의 실패담과 성공담을 나란히 놓고 보면, 결론은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다. 개발자가 창업하면 안 된다는 근거도, 개발자라서 유리하다는 근거도 이 기록들 안에는 없다. 다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하나의 축은 분명하다 — 만드는 능력과 파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근육이고, 실패한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케빈과 김윤후, Nick Dobos 같은 성공담의 공통점도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그 사실을 처음부터 받아들이고 유통·반복·속도에 코드만큼의 진지함을 쏟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어느 쪽 이야기든 한 가지는 똑같이 등장한다 — 이 모든 걸 시도해본 사람들은, 성공했든 실패했든, 시도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정확히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글에 인용된 사례들은 각 필자가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게시한 글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특정인의 경험을 일반화하거나 창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